온라인 개학 태풍 1주차를 통과중
지난 주 온라인 개학 적응 주간을 시작으로 온라인 개학 1주차를 통과 중이다.
개학 초반만 해도 굉장히 힘들었다. 몸보다 마음이 편한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 개학을 맞이한 학교 간의 온도차는 상당하다. 어떤 학교는 e학습터나
EBS 클래스의 강의만 덩그러니 올려놓고 아이들을 나몰라라 방치하는 곳이 있다.
반면 어떤 학교는 자체적으로 수업 영상도 만들고 줌과 같은 쌍방향 통신도 활발하게
운영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내려 애쓰고 있다.
우리학년이 찾아낸 돌파구의 핵심은 ‘실시간 쌍방향 피드백’ 이다.
줌을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모든 아이들의 참여에 대한 보장이 없고
화상을 함부로 캡쳐해서 SNS에 떠돌아다니는 사례를 접하고는
당분간은 시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시도해보더라도 간헐적인
‘다모임’ 형태로 운영될 것 같다.
수업영상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기존 자료나 유투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손수 만든 영상의 진정성과 의미를 무시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비교적 적은 수의 동학년 선생님들만으로는
매일 모든 영상제작을 소화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이것보다는 기존 자료를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전달하는데에 심혈을 기울이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가장 에너지를 많이 쏟는 영역이 바로 ‘실시간 쌍방향 피드백’이다.
이를 위한 플랫폼으로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한다. 아이들은 카톡을 이용할 뿐이라 접근성이 용이한데다
교사는 효율적인 기능으로 구성원 모두와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다. 카톡으로 업체로부터 상담을 받을 때나
챗봇의 기능을 떠올려보면 바로 이해 된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PC를 활용해 채팅방을 띄워놓고 아이들과 소통 가능하다.
아이들은 과제를 완료한 뒤 휴대폰 사진으로 전송하고 교사는 이에 대한 피드백을 하며 다음 학습을 독려한다.
물론 다수의 아이들과 상호작용하기에 딜레이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수업 사전에 응답이 길어질 경우 기다리지 않고
다음 학습을 진행하도록 안내한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익숙치 않고 나 또한 마찬가지라 혼란스러운 지점들이 많았다. 카톡은 익숙하지만
채널을 검색해서 들어가고 상담을 요청하기 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아이들이 있었다.
과제물을 사진으로 찍지만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리거나 상하좌우가 맞지 않은 사진들이 많아
이를 개선하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소모됐다.
한 번의 잘못되거나 미흡한 학습 안내가 나가면 이를 시정하는 데에 학생수 만큼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눈 앞에 학생이 있다면 그냥 즉석에서 말로 설명하고 그도 안되면 몸짓 발짓이라도 사용하면 된다.
잘못 설명해도 다시 고쳐 설명하면 된다. 그런데 온라인 학습은 그게 안된다. 마치 교실마다 한 명씩
아이가 앉아있고 교사가 모든 교실을 돌며 똑같은 내용을 각자에세 설명하는 기분이다.
그것도 텍스트에만 의지해서 말이다.
그래서 더욱더 정교하고 명료한 학습 안내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는 건 당연하다.
학습 안내는 e 학습터 게시판에 공지사항을 기본으로 여기에 더해 클래스팅, 카톡채널 게시판에도
중복해서 안내한다. 안내하는 공간을 여러 개 사용함으로써 접속 불가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접속 문제가 아니더라도 아이들 각자 스마트 기기 환경과 성향에 맞는 게시판을 찾아서 본다.
실시간 쌍방향 피드백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23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요구하는 피드백 요구에
하나하나 차분히 대처하기 위해선 머릿 속에 많은 프로세스를 요구한다. 거기에 더해 문자로 하는 대화인만큼
불필요한 오해나 반응이 없도록 절제하면서도 친절해야 한다. 초반 3-4일 정도는 녹초가 되어서 집에 갔다.
이러느니 얼른 개학을 하는게 백번 낫겠다고 되뇌이며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나보다 더 먼저 여기에 잘 적응한 것 같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학교를
찾아와야 했던 한 아이도 이제는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학습을 완료한다.
그리고 개별화학습의 효과가 극대화 되는 최대의 이점이 있다. 보통 3-4월 학기초 다수의 아이들이
모인 교실 속에서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은 굉장히 어렵다. 전체를 먼저 생각해야하고
그 전체에 어려움을 주는 아이들에게로 자연스레 이목이 쏠리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온라인으로
1:1 소통을 하니 문자소통의 한계는 있지만 아이들의 관심과 특성을 파악하기가 쉽다. 거기에 더해
학습 수준을 파악하고 개별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는 맞춤형 학습이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에 대해서 나눠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이 플랫폼에 학습이
이식되기까지 교사들은 어떻게 수업을 준비하고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